love4eva

어렸을 적부터 나만 보면 꼬리 붕붕 흔들며 달려오는 시로와 쿠로가 귀여워 나와 시로 쿠로의 인사법은 내가 먼저 얼굴 부여잡고 이마 코 볼 순서대로 마구마구 뽀뽀해 주는 것으로 시작해서 시로와 쿠로가 나의 얼굴을 마구 핥아대며 마무리해 간지럽다며 꺄르르 웃으면 펄쩍 뛰어올라 내 몸을 덮쳐 안겨 오는 것도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뽀뽀 세례를 참을 수가 없어! 메구미와 훈련 마치고 힘들어 주저앉아 있으면 곧바로 달려와 애교 부리며 내 다리에 얼굴을 부빗거리는 시로 쿠로도 질세라 달려오는 바람에 뒤로 철퍼덕 자빠져 엉덩방아 찧어 버렸지만 너희라면 나의 몸 마구 긁어 상처를 낸대도 좋아 정말 사랑해!


가만 서 있는 쿠라모치 하토리의 뒷모습을 응시하면 변함없이 항상 곁에 있을 것 같다가도 금세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고 느끼는 후시구로 메구미 2017년 여름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던 과거 때문일까 종종 어딘가 싸한 기분이 들 때면 너는 나에게 어디 이상한 부분 있으면 바로 말해 신신당부를 해 왜? 또 사라질까 봐 걱정돼? 웃으며 곁눈질로 바라보면 장난기 가득한 내 목소리에 심기 불편한 듯 눈썹을 찌푸리는 너 알겠어 꼭 말하면 되잖아! 내심 불안한 기색인 메구미를 안심시켜 주고 싶어 목에 팔 두르고 꼭 끌어안으면 아무 말 없이 나의 팔에 손을 얹어 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묻고 싶은 말도 너무나도 많지만 입을 꾹 다물고 온기를 나누는 것으로 대신해


눈이 펑펑 내리는 날 겉옷을 챙겨 입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너 왜 또 이러고 있어 뒤에서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무수히 내리는 순백색의 눈 결정을 보고 있자면 어쩐지 마음이 두근거려 눈을 뗄 수 없거든 눈이 엄청 오길래... 메구미도 구경할래? 워낙 추위를 타지 않는 체질이라 영하로 내려가는 날씨에도 큰 감흥이 없어 몰랐는데 메구미는 내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동안 몸을 잘게 떨었어 손을 맞잡아 손가락을 하나하나 얽고 잡아끌어 품에 안아 주니 내 어깨에 고개를 묻고 코를 훌쩍이는 너 추우니까 어서 들어가라고 말해도 답지 않게 고집부리며 들어갈 생각을 않길래 왜 그러냐 물으면 너 눈 좋아하잖아 예상 못 한 짧은 대답이 돌아오고


왼손 약지에 끼워진 웨딩링이 익숙해 더는 의식하지 않게 되었을 때쯤 메구미의 어깨에 몸을 기대어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가 대뜸 지나간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어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연인이었던 나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전 남자 친구들의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는 메구미를 보고 메구미 이상해!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해? 장난스럽게 웃으며 쏘아붙이니 전 남자 친구 이름도 기억 못 하는 네가 더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해 봤고?  퉁명스럽게 답하며 손가락으로 내 이마를 꾹 누르는 너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레 떠오르는 이름들이 우리가 함께 걸어 온 시간을 증명해 주기라도 하는 것 같아 결국 많은 사람을 거쳐 서로가 서로의 곁에 머무르게 된 것조차도


이름 하니 신기한 일화가 때마침 생각이 나 나는 타인의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편인데 어쩐지 후시구로 메구미 그 이름만큼은 듣자마자 단번에 외웠거든 메구미 있잖아, 나 다른 사람 이름 못 외우는 거 알지 근데 메구미 이름은 듣자마자 바로 외웠다?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했어 너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가 신기하네 나의 약지에 끼워진 웨딩링을 매만졌고 어쩐지 우리는 그 순간 같은 생각을 했던 것만 같아 아무래도 운명 맞는 것 같지? 괜시리 새어 나오는 웃음에 너의 너른 품을 파고들면 너는 작게 미소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