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Days

유난히 거짓말을 못 하는 너는 입에 발린 능숙한 거짓말 대신 뭐든 괜찮다고 이야기해 주는 다정함을 지녔으니 괜찮아 이를테면 뜬금없이 자아 성찰을 마친 내가 메구미 나 너무 어린애 같지... 하고 기죽은 목소리로 이야기하면 어린애 같지 않다고 거짓말해 주는 대신 어린애 같아도 괜찮다고 이야기해 준다거나 하는 그런 것들 처음에는 그럼 정말 어린애 같단 뜻이야? 하고 따져 묻고 싶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런 솔직함이 너의 애정 표현이라는 걸 알게 되었으니 마냥 기쁘기만 해


후시구로 메구미는 2002년 12월생, 쿠라모치 하토리는 2000년 1월생으로 메구미가 나보다 무려 세 살 연하인데 어째서인지 더 연상인 쪽은 메구미 같아 나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으니 무의식중에 어린애처럼 굴었다가 괜히 민망해진 탓에 어쩌면 우리 나이가 바뀐 거 아닐까? 하며 너스레를 떨고는 하는데 메구미는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고작 세 살 차이잖아 하고 무심하게 대답해 주는 거야 내가 답지 않게 눈치 보는 걸 가장 싫어하는 너니까 내가 나답게 있어 주기만을 바란다는 것도 알아


공시우의 아래서 애지중지 자란 하토리 후시구로 메구미의 쿠라모치 하토리에 대한 첫 감상은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아! 였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토라져 부푸는 볼 늘 깨끗하게 정돈된 옷자락과 정성스레 묶인 머리칼 어떠한 수를 써서라도 기어코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야 마는 모습까지도 어쩐지 함부로 대할 수 없고 그래서는 안 될 것만 같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 하토리에게만큼은 모진 말도 할 수 없었어 정확히는 괜히 건드려 귀찮아질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만


간단한 임무를 마친 뒤 이지치 씨의 차에 타면서 롯폰기 힐스로 가 달라고 말하는 메구미에게 거길 왜 가냐고 물으니 쇼핑 가자며 하는 무심한 대답이 돌아왔어 내가 메구미와 한 약속을 기억하지 못할 리 없는데도 까맣게 잊었다는 건 분명 그다지 진지하게 나눈 대화가 아니었거나 스치듯 했던 말인 거겠지 메구미와 함께하는 쇼핑은 늘 즐거우니까 거절할 이유 없어 메구미의 팔을 꼭 끌어안고 들뜬 목소리로 무얼 사면 좋을지 이야기하면 아무런 대꾸 않지만 나의 말 한마디 놓치지 않고 전부 기억하고 있을 너


메구미는 나와 쇼핑 가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야 당연해 제어하지 못하는 충동구매 욕구는 멈추는 법을 모르고 구매한 물건들은 자연스럽게 메구미의 짐이 되어 버리니까... 갖고 싶었던 옷을 발견하고 달려가느라 전부 내던져 버린 짐들을 챙기는 건 메구미의 몫 옷을 뒤적거리며 사이즈를 찾고 있으면 뒤에서 거친 숨소리와 함께 짐을 한가득 들고 다가오는 메구미가 보여 미안한 마음에 단걸음에 달려가 땀을 닦아주면 됐으니까 가서 옷이나 마저 골라 짜증 가득한 목소리로 대답하지 그 모습이 어딘가 귀여워서 큭큭 웃으면 이마 살짝 쥐어박는 것도 잊지 않는 나의 메구미 쇼핑을 마치고 짐 들어 달란 부탁 따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상자 쌓아 올려 품에 안는 네 뒷모습에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간질거려 나도 모르게 와락 끌어안으면 힘들게 쌓아 올린 상자들이 와르르 쏟아져 버리는 바람에 몇 분 내내 잔소리 듣게 되지만 그런 순간마저도 헤실헤실 웃음이 나와서



⤷ 이 일러스트 뜬 걸 보고 분명 MGTR로 비슷한 이야기를 썼던 것 같기도... 비슷한 커미션이 있었던 것 같기도... 싶어서 오랜만에 찾아보았는데 진짜 있었다! 상자 한가득 들어 주고 있는 것도 똑같아 너무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