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토라지면 무작정 연락부터 무시하고 보는 유구한 버릇이 있어 구태여 이런 식으로 굴지 않아도 토라진 것 정도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나의 메구미라는 걸 알지만 네가 나의 조그마한 감정 하나에 쩔쩔매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쩐지 웃음을 감출 수 없게 되어서 화해 후 언제나처럼 들려오는 꾸지람에도 고치지 않겠다 결심한 지 오래야
전혀 추위를 타지 않는 체질인데도 옷장 속에 유난히 머플러가 많은 이유 오랜 시간 고심하여 메구미에게 어울릴 만한 색으로만 픽한 머플러는 전부 너만을 위한 것이야 추운 겨울 데이트 날 작은 숄더백에 들어가지도 않는 머플러를 억지로 욱여넣는 이유도 전부 너 때문이라는 걸
찾을 물건이 있어 메구미의 서랍을 뒤적거리다가 누가 봐도 어린아이가 만든 것만 같은 유치한 디자인의 팔찌가 놓여 있길래 이거 누가 만든 거야? 물어보니까 네가 옛날에 만들어 줬던 거잖아 하는 대답이 돌아왔어 직접 만든 나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선물을 아직까지도 소중히 간직해 주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뻐! 다른 칸의 서랍에도 어렸을 적 서툰 솜씨로 만들어 주었던 유치한 선물들이 가득 담겨 있는 것을 보고 마음 가득 차오르는 애정을 억누르지 못해 단숨에 다가가 볼에 짧게 입맞추니 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서도 볼을 붉히는 메구미가 보여 그 모습이 정말이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
올해의 새해 소원은 조금 욕심을 부려서 메구미와 함께 있게 해 달라고 메구미를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빌었어 메구미를 만나기 전에는 로또에 당첨되게 해 달라거나 다이어트를 성공하게 해 달라거나 오직 나만을 위한 의미 없는 소원을 빌어 왔는데 이제는 나의 행복보다 메구미의 행복이 더 소중해졌어 왜냐하면 메구미가 행복해야 내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으니까 결국 메구미를 위한 소원이 나를 위한 소원이기도 해
비가 오는 날 괜스레 뒤숭숭해지는 마음에 쉽게 잠에 들지 못해 베개를 품에 안고 살금살금 메구미의 방으로 들어서면 인기척에 잠이 깨어 버린 듯 다 잠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오는 너 마치 원래부터 나의 공간이었던 양 자연스럽게 메구미의 옆에 자리를 잡고 천천히 품에 파고들면 메구미는 긴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내려 주고는 해 평소와 같은 이유 없는 어리광이 아니라는 걸 눈치챈 듯한 너의 다정한 손길 덕에 안정을 되찾고 다시 잠들 수 있었어
midnight fi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