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love

너를 인기척만으로 단숨에 알아볼 수가 있어 네가 곁에 다가온 것만 같은 근거 없는 확신 때마침 코끝을 스치는 숲의 다정한 향기 요동치는 심장 박동 간질거리는 가슴께 확신을 가지고 뒤를 돌아보면 언제나의 네가 있어 · 너를 곧장 알아볼 나만 아는 지표는 네가 뒤를 돌아 눈을 맞추면 아주 오래 기다려 왔다는 듯 미소 짓는 얼굴 빠져들 듯한 짙은 고동색 눈동자 소름 끼치게 음산하면서도 애정 가득 담겨 있음에는 확신이 들어 헷갈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기묘함 · 서로를 담아야 서서히 빛이 차오르는 눈동자니까 나는 너만을 기다려 왔고 너는 그런 나를 알고 운명처럼 찾아와 주었다고 단걸음에 달려가 끌어안으면 못 말린다는 듯 무심하게 받쳐 주는 따뜻하고 넓은 품이 좋아서 나는 늘 이대로 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운명적인 만남보다도 운명일 리 없는 둘이 만나 운명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도록 되어가는 이야기가 좋아 우리는 확실하게 운명이 아니야 그렇지만 그걸 알면서도 운명이라고 믿고 싶어지는 게 사랑인 거잖아


어리광 많은 나를 안정시켜 주는 건 늘 메구미의 몫 떨어지기 싫다고 몸 딱 붙여 오며 따뜻한 체온을 느끼면 작은 한숨 푹 내쉬지만 내치지 않고 천천히 팔을 쓸어 주는 그 다정한 손길이 좋아 내가 조금 더 안정적인 사람이 되어 더는 어린아이 같은 방식으로 메구미에게 의지하지 않게 되면 겉으로는 내색 않지만 내심 서운해할지도 모르겠어 그런 메구미의 모습을 놓칠 리 없는 나니까 냉큼 다가가서 어리광 부릴래


메구미는 늘 별것도 아닌 일로 불같이 화를 내는 나를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해 나는 그러한 나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메구미를 이해할 수 없어 이 부분은 늘 우리의 첫 대치점이 되지 결국 애정도와 직결된다는 생각이 들어 버린 나는 내가 더 좋아하니까 맨날 이 문제로 싸우는 거잖아 메구미가 나를 더 좋아했으면 이해해 줬을 거잖아 따위의 말을 뱉어 버리고 마는데 내가 메구미를 더 좋아한다는 건 딱히 틀린 말도 아닌데다가 메구미는 표현이 서툴어 사랑 앞에 솔직하지 못한 편이니 결국 아무 말 못하고 벙찌고 말아 보기 드문 메구미의 당황한 모습에 웃음이 터져 나와서 또 다툼의 근원은 뒷전으로 미루어 둔 채 네 얼굴만 바라보게 되잖아 내가 더 좋아하는 게 무기가 되는 사랑이야 말로 진정 내가 바라던 애정의 형태이자 증명


메구미는 세상을 대하는 데에 낭만이 있는 반면 사랑에 있어 서툴기에 사랑 앞에서는 그리 낭만적이지 못하고 나는 사랑 앞에 누구보다 낭만적인 사람이지만 그런 성정은 오직 사랑에만 국한되어 있어 이런 부분에서마저도 또 반대되는 색을 띤다는 게 가장 신기해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가 어쩜 이렇게 딱 맞는 걸까


다가올 하토리의 생일에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해 주어야 할까 고민하는 메구미 본인을 제외하고 하토리의 생일을 알고 있을 유일한 사람이라면 역시 고죠뿐이지 함께 하토리가 좋아할 만한 선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어링이나 네클리스 혹은 헤어핀 같은 액세서리 쪽으로 어느 정도 노선이 정해져 두 사람이 함께 시간 내어 선물을 고르는 중에 고죠의 시선이 고민 없이 이어링 하나에 꽂히면 걔는 왼쪽에 있는 게 더 취향일 거예요 하고 언질해 줄 나의 메구미 고죠만 보면 티 나게 떨떠름해하던 하토리가 작은 상자 속 이어링을 보고는 눈에 띄게 기뻐하면 하토리 뒤에 서서는 몰래 메구미에게 엄지 치켜올릴 고죠의 모습이 상상돼 또 메구미라면 어떤 선물을 준비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메인 스톤 랩다이아로 포인트를 준 클래식한 디자인의 네클리스라면 좋을 것 같아 내 취향을 이리도 잘 알 수 있나 싶은 마음에 값비싼 선물보다도 그 다정한 마음에 더 애정이 가 사실 나는 특별한 선물 같은 게 없어도 메구미와 온종일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