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거든 단순 짐작이 아니야 오랜 시간 함께 나눈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 심적으로 지쳐갈 때 대수롭지 않게 무슨 일 있냐 물어오는 나를 내심 기다리는 메구미 아무 일 없다며 퉁명스레 대답해도 집요하게 파고드는 내가 싫지는 않은지 그저 눈을 흘기고 말아 내가 그렇게나 믿음직스럽지 못한 걸까 오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심란함에 요란해진 너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것이 우선 메구미의 손을 살며시 잡고 길게 입맞춤하면 무언가를 내려놓은 듯한 작은 한숨 소리와 함께 가라앉은 차분한 눈동자로 내려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이상형은 무의미한 기준이라는 것쯤은 애진작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나만큼이나 메구미의 이상형에 어긋나는 여자가 존재하긴 할까 생각해 보게 돼 나는 나를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인간성마저도 내다 버린 지 오래였지 아무래도 그 이상형은 츠미키를 떠올리며 이야기했던 것도 같은데 나랑 츠미키는 너무 상반되지 않나? 책상 톡톡 두드리며 가만 생각하고 있으면 또 무슨 이상한 짓을 하려고 그래? 의심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 너 메구미는 나를 왜 좋아하는 걸까 싶어서! 어이가 없다는 듯 경계심 많은 고양이처럼 눈을 가늘게 떠 내가 너를 언제 좋아했어. 칼같이 선을 긋지만 이 정도 시련은 익숙해진 지 오래야 그런 반응에는 어떤 말로 반박할지에 대한 매뉴얼도 이미 전부 정해져 있거든 당장은 안 좋아하는 것처럼 느껴져도 나중에는 좋아하게 될 거니까 일단 그건 제쳐 두고. 볼멘 표정으로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면 너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고는 자리를 떠 버리지 무표정한 얼굴을 할 때는 언제고 금세 뒷목이 홧홧해진 네가 귀여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네 정말로 네가 나를 좋아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이러한 애정에 면역이 없기 때문인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이유가 어떻든 내 마음이 변치 않을 거라는 것만큼은 확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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