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미는 이 세상과 쿠라모치 하토리 둘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고민 끝에 전자를 택할 것이고 쿠라모치 하토리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고민조차 하지 않고 메구미를 택할 거라는 점이 좋아 아이러니하지만 하토리는 메구미가 소꿉친구가 아닌 이 세상을 택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을 할 때는 덤덤하더라도 하토리를 등지는 선택을 했다는 걸 떠올릴 때마다 괴로워하겠지 하지만 나는 네가 그런 사람이라서 좋아해 물론 메구미는 하나만 택할 수 없으니 이 세상도 하토리도 어떻게든 지켜낼 사람에 가깝다고 생각하지만!


중학생 때는 메구미도 하토리도 엄청나게 성격 나쁘고 예민했으니까 치고 박고 싸운 적도 있을 테고 한동안 말도 안 섞고 서로 모르는 척하며 지낸 적도 있겠지 하토리는 워낙 자유로운 편이라서 (좋게 말하면 자유롭고 사실대로 말하면 제멋대로이기는 하지만 ㅠ.ㅠ) 내키지 않을 때는 종종 등교하지 않고 집에 있거나 마음이 끌리는 곳으로 무작정 어디론가 가 버리고는 했을 것 같은데 메구미는 며칠 내내 하토리의 빈자리를 보며 신경 쓰지 않는 척하면서도 내심 걱정했을 것 같아서 귀여워 학교 좀 나와 · 뭐 하길래 맨날 안 보여? · 어디 아파? 여러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 반복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보내지 못하고 폰 덮어 버릴 모습이 상상돼 아무리 독고다이 질풍노도의 시기여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소꿉친구가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거야


의외일지도 아니면 예상대로일지도 모르지만 고전 내에서는 쇼코와 가장 친분이 두터운 편! (당연히 메구미는 제외고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낸 고죠보다도 이쪽이랑 더 가깝다...) 전선에 나가지 않고 고전에 머무른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말도 잘 통할뿐더러 자연스럽게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지기도 했어 쇼코는 늘 하토리를 흥미롭다는 듯한 눈으로 바라봐 고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대개 동료를 잃은 상실감과 닥쳐올 미래에 대한 공포 그에 따른 불안정한 감정을 표출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하토리만 태평하게 연애 상담이나 하고 있는 거야 쿠라모치는 늘 후시구로 이야기뿐이네 쇼코의 말에도 그런가? 하고 다시 주절주절 이야기 시작해 미련 없고 시니컬한 성격이 주술사에 매우 적합한 인재인 것 같은데 열정이나 의지가 따라 주지 않는 점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어 메구미처럼 주술사에 진지하게 임해 볼 생각은? 쇼코의 물음에 잠깐 고민하다가 싫다... 하고 쌩~ 가 버리는 하토리 이러니저러니 해도 쇼코도 점점 하토리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시간이 많아졌으면 해 고전에서 주술사적 사고가 아닌 진짜 나로서의 사고를 하는 사람은 하토리뿐이거든 그런 하토리는 늘 쇼코에게 원하는 대답을 물어다 주니까 서로 깊게 의지하지는 않더라도 도피처 정도의 라이트한 역할은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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